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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ương 360: Ngoại trừ tôi, tất cả những người trở về
  • 2025-06-09 20:02:34
나 빼고 다 귀환자-외전 (6)

Apocrypha Chi. 시크릿 파일, 다크 히스토리 - 6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깨끗하게 씻은 유일한은 평범하게 반 아이들 사이에 끼어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집합시간이 30분 후라고 알려 주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흘려듣곤 방으로 돌아가 부지런히 양치를 마친 후, 최대한 활동하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숙소 밖으로 나왔다.

"와, 혹시나 했는데 진짜 나왔어. "

"어? 어? "

그러자 그곳에 민하율이 있어 그를 식겁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를 발견한 듯 성큼성큼 다가오는 통에 모르는 척 도망칠 수도 없게 되었다.

원래 민하율이 이렇게 자신을 잘 찾아냈던가? 그러고 보면, 유독 이 녀석은 그를 찾아내는 확률이 높았던 것 같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혼자 튀지 말라고 말했는데. "

"뭐가? 나 그냥 아침 산책 나왔는데. "

"아주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

민하율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어제 예쁜 언니랑 만나는 거 다봤거든. "

유일한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야 했다.

봤나? 천사의 능력을 구사할 때는 인간에게 감지되지 않는 마법을 쓴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 전에 목격한 모양이었다.

"뭔데? 오늘도 그 언니 만나러 가는 거? "

"넌 내가 그런 예쁜 사람을 꼬실 능력이 있어 보여? "

"아니. "

민하율의 정직한 답변에 유일한은 조금 우울해졌다. 빈말로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해 주면 어디가 덧나나.

그러나 곧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뭘. 어제 그 사람은 그냥 우연히 마주친 거였어. 아버지 지인이더라고. "

"어쩐지. "

그의 능숙한 변명에 민하율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평범한 남고생이었더라면 여기서 '혹시 내가 그 누나랑 아무 관계도 아니란 걸 알게 되어서 안심한 거 아냐? 역시 날 좋아하나? ' 같은 터무니없는 망상에 돌입했겠지만, 어제 천사와 있었던 일로 인해 한층 AT필드를 견고하게 만든 유일한은 결코, 착각하지 않았다.

"난 또 꽃뱀한테 걸려서 사기라도 당한 거 아닌가 걱정했잖아. "

"그것참 고맙다...."

실은 전혀 고맙지 않았다.

고2 청소년이 고2 청소년을 상대로 꽃뱀이란 말을 꺼내는 것부터가 어딘가 비틀리지 않았나 생각했다.

"게다가 그런 옷이나 입은 걸 보면 여자 목적으로 나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

"활동성 높은, 좋은 옷이거든? 불만 있냐? "

"뭐래. "

쉽게 움직이기 위해 편한 옷을 골랐을 뿐인데 그가 옷을 엉망진창으로 입는다는 듯한 평가를 내리다니!

물론 원래 유일한의 패션 센스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먼저 들어가. 나중에 돌아갈 테니까. "

"내가 끌고 간다 해도 안 갈 거지. "

"응. "

"양아치. "

민하율은 그렇게 말할 뿐 정말로 그를 잡아끌지는 않았다.

그 정도로 그녀가 유일한에게 관심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나한테 빚 하나 진 거다. "

"무슨 빚? "

"나중에 맛있는 거 사 주기. 아, 우리 학교 앞 카페에 마카롱 맛있어보이더라, 마카롱. "

유일한은 싫다고 말하려 했지만, 안 사 주면 선생님에게 고자질하겠다는 눈으로 그를 보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고 말았다.

"아싸! 흐, 그럼 나중에 봐. 마카롱, 마카로옹. "

"벼룩의 간을 빼먹는 악독한...."

"아, 몰라. 감! 바이! 마카롱! "

마카롱을 좋아하는 민하율은 잔뜩 신난 얼굴로 뒤돌아 달려갔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하는 만큼 마카롱 한두 개에 재정이 위태로워질 유일한이 아니었으나, 생돈이 나간다는 사실에 억울해하며 뒤돌아서자.

그곳에 천사가 있었다.

"아 깜짝이야. "

"내가 뭐랬니, 결국 데이트 일정까지 잡혔네. "

"네? "

유일한은 천사의 말에 눈을 깜박였다. 데이트? 뭐가?

"카페에 같이 가기로 한 거잖아? "

"그게 무슨 데이트에요, 제가 뜯어먹히는 거지. 다른 말로는 호구 잡혔다고도 하죠. "

하지만 수학여행까지 와서 개인행동을 하는 것은 그 목적이 지구수호가 됐든 뭐가 됐든 엄연히 유일한의 잘못이었기에, 민하율이 트집을 잡는다면 적당히 호구 잡혀 줄 용의는 있었다.

물론 한 번으로 끝이다. 그 이상은 없다.

"여자애가 고작 마카롱 하나로 저렇게 들떠 할 것 같니? 어쩜 저렇게 순수한 아이의 호감을 몰라보고..."

그러나 유일한을 딱한 듯이 보며 말을 이으려던 천사는, 다음 순간 유일한도 알 수 있을 만큼 노골적으로 안타까운 표정이 되어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조금 전까지 자신이 하던 말을 모조리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

"얼른 가기나 해요. "

"그래, 가자. 미안해. "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유일한은 순순히 천사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 * *

첫 두 마리는 찾아내는 것도, 죽이는 것도 쉬웠다.

각각 바위로 위장하고 있던 놈과 나무로 위장하고 있던 놈이었는데, 무생물의 형태를 띠고 있던 만큼 그냥 가만히 있는 표적에 창을 찌르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몬스터'라는 건 동물이 진화해서 생기는 거라고 안 했어요? "

'사냥'을 성공적으로 마친 유일한은 몸에 힘을 풀고는 천사에게 창을 건네주며 고개를 갸웃했다.

천사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서 문제인 거야. 무생물에서 비롯되는 몬스터가 나타나려면 보다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거든. "

그녀는 이상한 색의 수액을 흘리며 땅 바닥에 쓰러지는 나무를 한 번 손을 휘둘러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웠다.

조금 걱정스러운 안색으로 놈이 있던 자리를 꼼꼼히 둘러보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추가 설명을 해주었다.

"1차 대격변을 겪은 곳에선 어지간해선 볼 수 없는 일인데, 이곳 지구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 그렇기에 지금, 손을 써서 상황이 크게 번지는 걸 막아야 하는 거야. "

"왜 하필이면 이곳에 집중해서? "

"이곳 제주도에서 코어 몬스터가 탄생했기 때문이야. "

코어 몬스터.

유일한은 입속에서 가만히 그 단어를 발음해 보았다.

굉장히 불길한 어감이었다.

"핵심? "

"그리고 최초의 몬스터이기도 해. 이 지구에서 최초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몬스터라는 뜻이지. 그 잠재력이 얼마나 끔찍할지 짐작할 수 있겠니?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 다른 많은 것에 영향을 끼치며, 실제로 그 탓에 추가로 여섯의 몬스터가 발생했지. "

무수한 세상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도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는 일이라며 그녀는 혀를 내둘렀다.

"그러니 지금 막아야 하는 거야. 정말로 지구의 미래가 어그러지기 전에, 네 손으로. "

"그럼 지금부터 잡으러 갈 마지막 몬스터가...."

"맞아. 지금부터 우리는 '퍼스트'를 잡으러 갈 거야. "

유일한은 몬스터를 잡는 순서가 그냥 자신에게서 가까운 순서가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제 보니 그것은 틀린 말이었다.

총 여섯 마리의 몬스터를 죽이면서 유일한은 대강이나마 창을 휘두르고 찌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감을 잡게 되었다.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준비가 된 지금 비로소 가장 강한 적을 상대하게 된 것이다.

"위험해요? "

"아니, 전혀? 내가 말했잖니, 그창을 가볍게 찌르는 것만으로 지금 지구의 몬스터들은 모두 죽게 될 거라고. "

단지, 하고 그녀는 애매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첫 발을 빗맞힌다면 매우 위험해질 거야. 난 네가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게 하려고..."

"다른 몬스터들을 상대하게 하면서 감을 잡게 만든 거네요. "

"그래. 그리고 넌 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적응해줬어. 정말... 훌륭한 재능이란다. 역시..."

천사는 뒷말을 얼버무렸다.

자신에 대해 자신이 모르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솔직히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은 유일한이었으나 따지지는 않았다.

분명 지금은, 자신이 모르고 있는 것이 좋으리라고 확신했기에.

"그럼 이제 잡으러 가 볼까? 준비는 됐니? "

"당연하죠. "

유일한은 천사가 내미는 손을 잡고, 얌전히 운반될 채비를 마쳤다.

그러다 천사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는 그때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놈은 어디에 있어요? "

"백록담. "

"그래,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 "

그리고 하필이면 오늘,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교 학생들이 한라산을 오르게 되어 있었다.

어차피 발견되지도 않을 테니 괜찮겠지만....

그는 한숨을 쉬며 천사의 날갯짓에 몸을 맡겼다.

"금방 끝날 거야. 그놈을 잡고 나서 친구들과 합류하면 되겠네. "

"전 친구 같은 거 없어요. "

"그래,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 이상한 표정은 관두렴. "

한라산에는 곧 도착했다.

지금 시간은 오후. 올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였는데, 그중에 그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들 올라가는 중이거나, 저 위에서 내려오는 중인 듯했다.

"...그 몬스터, 사람을 덮치거나 하지는 않죠? "

"아마도, 마나가 없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을 거야. 적어도 지금은 말이야. "

"꼭 그렇게 불길한 단서를 붙여야겠어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백 퍼센트 우리가 알지도 못하던 마나 보유자가 나타나서 해를 입는다고요! "

"넌 정말로 신기한 말을 하는구나. "

그러나 태연히 말하며 날갯짓하던 천사가 어느 순간, 가만, 하고 인상을 사납게 만들었다.

"마나 보유자… 아니, 마나 보유자가 아니더라도 너처럼 자질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아카식 레코드와 접촉하기 전부터 스킬이나 권능의 파편을 갖고 있을 수도... 지구의 특수한 환경을 감안하면... 그렇다면..."

"아, 두 배로 불안해졌어. "

"빨리 가자. "

"세 배. "

유일한이 세 배라는 말을 했기 때문은 아니겠지만, 천사의 날갯짓이 세 배로 빨라졌다.

순식간에 산 정상에 도달한 유일한의 눈에, 제주도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할 한라산 꼭대기의 호수가 들어 왔다.

"예쁘다...."

"후후. 하늘을 난다는 거 제법 괜찮지? "

백록담은 한라산에 올라가기만 한다면 누구나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이렇게 하늘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는 것에 비하면 분명 그 맛이 훨씬 덜할 터였다.

"그러게요...."

"너도 머지 않은 언젠가 날 수 있게 될 거... 안 돼! "

마치 영업이라도 하듯이 말을 늘어놓던 천사가 별안간 새되게 외쳤다.

그녀의 몸이 빙글 돌자 그녀에게 붙들려 있던 유일한의 몸도 빙글 돌았다.

그곳에 보였다.

한눈에 보일 만큼 커다란 몸집의 흰 사슴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운 소녀를... 맹녀를 쫓고 있는 모습이!

"아니 쟤가 왜 저기서 나와! "

게다가 아무리 백록담에 태어났다지만, 정말로 흰 사슴일 줄이야!

"바로 돌진할 거야! 잡을 수 있겠니! ?"

"네, 네! ?"

"간다! "

유일한이 반사적으로 대꾸하는 것과 동시에 천사가 날개를 접고 하강했다.

유일한은 어느덧 자신의 손에 들린 롱기누스의 창을 꽉 쥐고는 비명을 질렀다.

"빨라, 너무 빨라! "

"단숨에 잡아야 해, 그래야 구할수 있어! "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흰 사슴에 쫓기는 소녀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쿨녀는 물론이고 그녀의 지시에 따르는 검은 옷의 보디가드들이 뭔가를 하려는 듯했지만, 정말이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인간의 힘으론 저걸 상대할 수 없어. '

오직 유일한만이 저것을 상대할 수 있다.

그의 손에 들린 창만이 저것을 끝장낼 수 있다.

"꺅! "

"엄청 큰 사슴이 날뛴다! "

"튀어, 다 튀어! "

때마침 산 정상에 올라온 고등학교학생들도 그것을 보며 혼비백산 도망쳤다.

개중에는 여자애들과 함께 움직이는 민하율의 모습도 보였다.

아니, 하지만 지금 그녀를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주위 풍경이 휙휙 지나가 정신없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눈앞에 있는, 맹녀를 뒤쫓는 사슴에게만 집중했다.

'후우우. '

그는 창을 살짝 당겨 쥐었다.

창을 쥔 손이 흔들리지 않도록 전신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긴장이 너무 과해서도 안된다.

몇 번인가 몬스터를 죽이면서 본능적으로 터득한, 살해를 위한 최적의 자세를 취했다.

"꺄아아아악! 미래야아아아아! "

"나유나, 뛰란 말이야! 큭, 왜 총알이 안 먹히는 건데요! "

"죄송합니다, 아가씨. 저희도 이유를 알 수가... 유나 아가씨! "

엄연히 개인 총기 소지가 불법인 국가에서 태연히 총알이 안 먹힌다는 말 따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시한다.

그는 오직 흰 사슴에, 흰 사슴의 목에 집중했다.

"일한아, 지금이야! "

"흡! "

천사가 말한 바로 그 순간.

그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만으로 그것을 내질렀다.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창날이 흰사슴의 목에 박혔다.

"큭! "

유일한은 직후 튕겨 나 땅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순간까지도 그가 받은 모든 충격이 창에 전이된 것인지,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남지 않았다.

-어째서....

문득,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죽어야 하지...?

"...미안하구나. "

유일한의 옆에 착지한 천사가 조용히 읊조렸다.

"지구를 위해서야, 정말 미안하구나. "

-나도, 지구의 일부인데...!

아, 흰 사슴이 내는 목소리였구나.

유일한은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주한다. 너를, 인간을...!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흰 사슴은 그 자리에 쓰러졌고, 천사는 창과 놈의 사체를 그 자리에서 지워지게 만들었다.

좀 더 거창한 변화가 있을 줄 알았던 유일한은 김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와아아아아...."

그러다 어느덧, 구사일생한 맹녀가 자신을 몽롱한 눈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와아아아아아! "

"아닌데요? "

일단 밑도 끝도 없이 부정해 보았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

맹녀가 와다다 달려와 그를 덥석 껴안은 것이다!

"진정해! 나 아니라고! "

"와아아아앙! "

"혹시 지금 우는 거야! ?"

맹녀의 몸에서 전해져 오는 향기며 감촉, 덤으로 그의 어깨를 축축하게 적시는 눈물까지 그를 견딜 수 없는 기분으로 만들고 있었다.

구해달라고 말할 셈으로 천사를 돌아보았으나, 놀랍게도 그녀는 이미 그곳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천사 누나가...."

"후우아아아아앙! "

더구나 좀 더 사람들이 그들에게 집중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사슴이 사라지자마자 다른 사람들은 마치 사람이 괴물에 쫓긴 일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지금 맹녀가 유일한의 목에 달라붙어울고 있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백록담을 구경하거나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

"그건 제가 묻고 싶어요. "

쿨녀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보디가드로 사람을 물리는 막을 쳐 놓고는, 그 안으로 들어와 유일한과 그에게 매달린 맹녀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정작 보디가드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일단 주인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 괴물은 대체 왜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 괴물을 당신이 어떻게 한건지. "

"어, 그건...."

"하지만 그 전에 우선, 유나를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

쿨녀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와, 기분 탓인지 조금 세게 맹녀를 유일한에게서 떼어 냈다.

"언제까지 민폐 끼칠 거야, 나유나. "

"흑, 하지만, 흐윽. "

"똑바로 인사해. 구해 주셔서 고맙다고. "

"흐으으, 고마워요오. 무서워서어, 갑자기, 어엄청 큰 사슴이이. "

별로 똑바로 인사하는 것 같진 않았으나 이 이상 이 사람들과 엮이면 피곤해질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던 유일한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 "

"혹시 이번에도 사례를 거절하실 생각인가요? 정말로 큰 도움을 입었는데..."

쿨녀는 연락처라도 알고 싶은데요, 하고 말하며 그를 바라보았지만, 유일한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원래 제가 해야 하는 일이어서요. 그러니까... 이만. "

"이봐.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아가씨께서 조금 더 대화를...."

"유나를 도와주신 분이에요. 눈 부라리지 말고 빨리 비켜 드려요. "

"넵! "

그를 막으려던 보디가드가 쿨녀의 말 한마디에 아예 그 자리에서 굴러서 자신의 몸을 치웠다.

쿨녀는 물론이고 아직까지 흐느끼던 맹녀도 그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듯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으면 숨이 가빠온다는 특징이 있는 유일한은 다급히 그 장소를 뒤로 했다.

"뭔데? "

하지만 놀랍게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유일한, 방금 뭔데? "

다른 모든 사람이 방금 있었던 일을 의식도 하지 못하고 사라진 와중에, 유일하게 그를 붙잡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민하율이었다.

"괴물 뭔데? 그 언니 뭔데? 저 예쁜 사람은 또 뭔데? 너 뭔데! ? 너 몰래 빠져나가서 그런 위험한 일 하고 있었어? 나 방금 완전 심장 멎는 줄 알았단 말이야! "

"야, 진정해. 진정...."

그러나 유일한이 뭐라 대꾸할지 고뇌하며 그녀를 말리려던 그때, 문득.

민하율의 표정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아, 애들 벌써 갔네! ? 이 매정한 년들아, 같이 가! "

그러더니 유일한은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저만치 내려가고 있는 여자 애들에게 손을 흔들며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유일한은 바보가 된 기분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찰랑 거리는 그녀의 뒷머리를 보다 문득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쿨녀와 맹녀 또한 보디가드들을 뒤로 물리고 둘이서 얘기를 나누며 백록담을 구경하고 있었다.

"와, 진짜 예쁘다아. 여기에 집 지어 놓고 살고 싶다아. "

"이제 저 안으로 들어가는 건 금지인 것도 몰라? "

"미래는 정말 낭만이 없네에. "

"그런데 너 울었니? "

"내가 울긴 왜... 어라아? "

마치,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잊어 먹은 것처럼.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한발 앞서 그렇게 되었던 것처럼.

끝내 유일한을 제외한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누나 짓이죠? "

"응. "

유일한은 자연스레 그의 곁에 나타나는 천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아까 정색하고 미안하다 한 거였어요? 민하율 기억지울 거니까? "

"응. 정말 미안해. 아마 저 아이, 너한테 데이트 신청한 것도 기억 못할 거야. "

"데이트 신청 아니라니까. "

유일한의 말에 그녀는 재차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놀랐네. 설마 너 말고도 저런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닌 아이가 셋이나 더 있었을 줄은 몰랐어. 특히 저 민하율이란 아이, 괜히 나를 발견한 게 아녔어. "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해도 안 해줄 거죠? "

"미안해. "

"어차피 내 기억도 지울 거니까? "

"응. 이제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났으니까. "

그럴 줄 알았다.

꼭 단편소설 같네, 유일한은 생각했다.

한여름, 여행지에서 며칠에 걸쳐 일어난 마법 같은 일.

주인공은 그때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까지 완벽하지 않은가.

"하지만 약속해. 이로 인해 지구는 완전히 안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 있었던 일은 네 미래에 아주 큰 보탬이 되어 줄 거야. 일곱마리 몬스터의 '경험치'가 너의 잠재력을 증폭시켜, 다가올 미래에 보다 수월히 저항할 수 있게 해 줄테니까. "

"어차피 기억도 못하는데요 뭐....지울 거면 빨리 지워 주기나 해요. "

유일한은 실망한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천사는 일을 빨리 해치우지 않고, 묘하게 꾸물대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

"마지막까지 알뜰하게 뜯어먹네요. "

심드렁한 투로 대꾸한 것과는 달리, 유일한은 조금 긴장했다.

상기한 그녀의 뺨,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안절부절 못하는 태도.

꼭...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반응이었으니까.

당연히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대체 뭐지? '하고 마음속에선 묘한 기대를 떠올리고 마는 스스로에게 환멸하는 유일한에게, 천사가 말했다.

"어...."

"어? "

"'엄마'라고, 한 번만 불러 주면 안될까...?"

"...네? "

그 순간.

유일한의 머릿속에서 번개가 쳤다.

"혹시 당신! ?"

"아니야, 아니야! 네 친엄마는 김예슬 씨가 맞아! "

다행이다, 혀 깨물고 자살할 뻔했다!

"그, 그냥! 내가 가브... 유용한 씨를 많이 좋아하거든! "

"헐...."

자괴감이 들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그는 끝까지 마음의 벽을 세우는데 성공했으니까 타격은 없었다.

없다면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이를 만나기는 김예슬씨보다 내가 훨씬 먼저... 아니, 미안해. 다 잊어 줘! 미안해! "

"잊기는 이걸 대체 어떻... 어? "

문득.

유일한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산의 분화구에 맺힌 아름다운 호수, 백록담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외의 인간은, 그러니까 분명 그와 함께 이곳까지 올라왔을 고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 볼수가 없었다.

"에라이. "

또 낙오했구만.

워낙 자주 있는 일이라 이젠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았다.

마음 한구석이 쿡쿡 찔리기는 했지만, 그는 그것을 무시하며 돌아섰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혼자 밥이나 먹고 돌아가자. "

외톨이는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기대받을 일도 없으며, 타인에게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홀로 살아갈 뿐이다.

자신이 그런 종류의 인간이라고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바보는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엄마. "

"어! ?"

유일한이 문득 그런 말을 내뱉었더니, 그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던 우리엘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어, 로드. 방금 제게 무슨 말씀을...!?"

"아냐, 잊어. "

그는 심드렁하게 대꾸하고는 자신의 품에 안긴 우리엘과 가브리엘의 딸, 유이수를 얼러 주었다.

아직 갓난아기인 녀석은 벌써부터 오빠바라기여서, 그의 손가락을 붙잡고는 까르륵 웃고 있었다.

"그, 그으, 로드. 괜찮으시면 다시 한 번만 방금 그 말을...."

"한 번 들었으면 포기해. "

"흐으. "

사무치게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제자리에 축 늘어지는 우리엘.

유일한은 그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치곤, 문득 생각했다.

'이제야 알았지만, 미래는 물론이고 유나와도 비견될 만큼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던 녀석이었는데. '

어째서 그 녀석.

민하율의 기록이 지구에 남아 있지 않은 거지?